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9.11.30 11:34

우리집 김장 담그던 날

(*.247.18.66) 조회 수 5544 추천 수 0 댓글 0

  크기변환_e0079286_4ad59e044f703.gif 내일이면 12월. 완연한 겨울이네요.

   겨울이 시작되면 각 가정에서 겨울준비를 할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자동차도 한 번 점검해야하고, 겨울 옷들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하지요. 여러 겨울준비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행사는 아마  '김장 담그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적엔 먹는 음식이 풍부하지 않았기에 각 가정마다 김장을 많이 담가놓아 겨우내내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등 김치로 여러 음식을 해 먹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강원도 영월, 사북 등 산골짜기 광산촌에 살았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면 아랫집, 윗집에서 너나 없이 엄청난 양의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 묻을 구덩이도 파야하고 배추를 실어와 절이고, 씻고, 양념 만들고..... 일이 엄청났기에 아무리 가부장적 가정이라도 그날만은 그 집 남자들도 팔을 걷어부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 배추김치부터 백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 김장 담그는 종류도 다양했었죠.

   요즘은 김치를 사 먹는 경우도 많고 김치냉장고 등이 발달하여 예전처럼 그렇게 요란하고 복잡하지 않지만 여전히 김장은 한 가정의 중요한 겨울준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희도 지난 주에 김장을 했습니다. 절인배추를 구매했는데, 배송이 수요일에 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평일에 김장을 담갔죠. 그런데 예정보다 간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김장이란 것이 하룻저녁에 뚝딱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3일에 걸쳐 김장을 했으니까요.

 

   첫날 저녁, 물건이 없어 배송이 안 된 쪽파와 새우젓을 사러 아내와 농수산물센타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본 후 집에 들어가니 7시. 후딱 저녁을 해 먹고 자리를 폈습니다.

   저는 양념을 만들 무를 채치고 아이들은 쪽파, 대파 등을 까고, 아내는 마늘과 생강을 마련하여 믹서기에 넣어 갈았습니다. 각각 일을 정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아이들은 파가 매워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저는 채치는 도구에 손이 배일까봐 조심조심 무를 채쳤습니다. 제가 일을 잘 해서(^^) 인지 가장 빨리 끝났더라구요.

  이래저래 양념만들 꺼리들이 모두 장만된 다음 갓을 다듬어 썰어 넣어야 하는데, 양이 무지 많더군요. 양념을 버부릴 큰 통이 하나 있었는데, 양이 많아 큰 통 하나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더라구요. 헌데,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가 넘어 어디가서 사 오기도 힘들 것 같아 일단 첫날은 갓을 빼 놓고 다른 재료들만 섞어 놓기로 했습니다. 통을 구할때까지 하루를 기다리면 그동안 파나 다른 재료들이 시들거나 누렇게 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갓을 제외한 여러 재료들을 섞어 1차로 양념을 버무리는데, 아이쿠.... 이것도 제법 힘들더군요. 모두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겨 1시가까이 되었더라구요.^^

 

   둘째날 저녁, 아내와 모자란 양념 버무릴 큰 통을 하나 사서 집에 집에 들어가니 또 7시. 그런데 마침 그날은 아내 직장에서 빠지지 못할 회식이 있다고 해서 제가 혼자 아이들과 저녁을 후딱 해 먹고 어제 못 넣은 갓을 썰어 넣어 양념을 다시 버부렸습니다. 제법 일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더군요.

   양념을 다 만들고 나니 아내가 들어와서 함께 배추에 김치 속을 넣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흉내만 내고 조만간 있을 시험을 핑계로 방으로 들어가고, 아내와 저 둘이서 김치 속을 넣었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배추 속을 넣는데, 아~ 아내의 손은 왜그리 큰지... 절인 배추를 70Kg(7박스) 주문했다고 하는데, 포기 수로 세어보니 한 박스에 약 8포기, 총 56포기 정도더군요. 종가집도 아니고 ㅋㅋㅋ

  코에 침 발라 가며 배추 속을 넣은지 어언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모두 끝났습니다. 배추를 얼마나 많이 샀던지, 양념을 모두 사용했는데도, 한 박스 남더군요... 어찌할까 서로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남는 배추 한 상자는 백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둘째날도 1시가 거의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더군요. 아이쿠 허벅지야...^^(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오래 있으니 허벅지가 아프네요?) 백김치는 어떻게 담지? 내일이 걱정입니다.


   셋째날 저녁, 전 밖에서 저녁 먹을 일이 있어 천~천~히 저녁 먹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가 백김치 담글 준비를 거의 모두 해 놓았더군요. 그런데 미나리와 보관할 독이 없다고 해서 농수산물센타에 가서 그것들을 사 왔습니다. 장을 봐서 들어오니 9시.... 간이 짜다, 싱겁다 옥신각신 하면서 백김치를다 담그니 이날은 11시 경이 되었더군요.

 

   이렇게 장장 3일간의 김장 담그기가 수요일 밤부터 시작해서 금요일 밤에서야 모두 끝났습니다. 아내와 막걸리 한 잔 마시고(아들놈들도 한 잔 달라고 해서 한 잔 주고^^) 식탁에 둘러앉아 보니 3일간의 김장담그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아내는 큰 시름을 덜고, 저는 맛있는 김치를 먹는 기쁨을 얻은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  요즘들어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보는데, 삶이란게 별 것 이면서도 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는 '네 맘대로 해, 그게 답이야!'라는 통신사의 광고(손톱에 기름때가 묻도록 일한 아가씨가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등장하는 광고인데....)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 한 적이 있습니다.

   내 맘대로 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내 맘이 뭔지 아는 것은 더욱 힘들죠. 특히,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망으로 '얽혀서 사는 것'이 사람이니 말입니다. 나의 그릇이 얼마만큼인지 요리조리 알아봐야 하고, 나에게 담겨 있는 내용이 얼마인지도 알아봐야하고, 나의 욕심이 뭔지도 알아야 하고....

   하지만 가능하면 맘 가는대로 하는 것이 행복하긴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그냥 너무 오랫동안 글을 안 써서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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