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사람의 계절

posted Sep 28, 2010 Views 560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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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처럼



바람이 차다.


계절이

헤어지던 첫사랑의 매몰찬 눈빛처럼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바람 앞에서

빨리 눞고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계절 앞에서 

빨리 긴 팔 옷 입고

먼저 외투 걸쳐봤다.


곧 계절이 깊어질 태세.

깊어질수록 은근히 지겹기도 하고

딴 계절을 그리워하며

손 내밀기도 할게다.

그냥 풀처럼 조금 빨리.


헌데, 사람은 풀이 아니다.

풀처럼 빨리 눞고

먼저 일어서고 싶지만

사람의 가을 지나고

겨울마저 지나면

그리워할 봄은 없다.

다시 맞이 할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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