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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14호] 2050년에도 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Nov 04, 2021 Views 19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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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제자 중에서 음력과 양력으로 날짜변환을 엄청 잘 하는 봉식이(가명)가 있었습니다.

"2038년 3월 23일은 음력으로 몇 일?"

이라고 물으면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2038년 2월 18일!"

이라고 답이 툭 튀어 나옵니다.

주변 특수교사나 대학 동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학생 중 이렇게 날짜 계산을 잘 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아주 낮은 비율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제자 봉식이는 더 특별했습니다. 제가 들은 친구들 대부분은 날짜 계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 제자 봉식이는 즉각적으로 답합니다. 거의 AI수준이었죠. 날짜 변환하는 능력이 얼찌나 특별했는지 선생님들은 가끔 봉식이에게 날짜계산을 묻곤 했습니다.

 

그런데 봉식이에게 날짜계산을 묻다 보면

"없어요."

라는 대답에 마주치는 경우를 만납니다.

"봉식아 2060년 5월 7일은 음력으로 몇 일?"

이렇게 2050년 이후의 날짜를 물을때면 봉식이는 매번

"없어요."

라며 대답하기를 거부하곤 했습니다.

"야~~ 그러지 말고~~ 알려주라~~"

라고 부탁하거나 애원하면 그제서야

"2060년 4월 8일."

이라고 답을 내 놓지요.

하도 신기해서 날짜를 바꿔가면서 물어봤는데, 평소엔 AI처럼 답을 잘 하다가도 꼭 2050년 이후의 날짜를 만나면 "몰라요."나 "아니요."가 아닌 "없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봉식이가 2050년 이후의 날이 없다는 답을 하면 주위 시람들이

"야, 이거 무섭다..", "등골이 서늘하다."

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봉식이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저는 가끔 '우리에게 2050년 이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은 더욱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일까?'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무지막지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습니다.특히 배달사업의 확장으로 끝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전 세계의 플라스틱, 세계 곳곳의 무지막지한 탄소배출은 우리가 2050년의 해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아니, 우리 주변의 생활방식을 둘러보면 이 우려는 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배달을 통해 매일 쌓이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플라스틱...

학교는 어떤가요? 조금의 얼룩에도 물티슈, 물티슈, 물티슈..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를 종이(티슈)라고 이야기하며 닦고 버리고, 닦고 버리고...작은 손걸레를 쓰면 되는데 말입니다. 선생님들이 너무나 쉽게 수업 현장에서 쓰는 수 많은 일회용품들,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온갖 키트들, 일회용 조리용품, 한 번 쓰고 버리고, 한 번 쓰고 버리고.. 학교에서 쉽게 갈아치우는 여러 전자제품들, 특정 교사가 쓰고 나면 그 뒤 교사는 버리고 마는 수백만원짜리 기계들.....

무자비한 쓰레기와 탄소 배출로 지구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는 이 시대에 학교가 더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런데 학교는 자본주의 굴레의 한 축으로 전락한 채 쓰레기 배출의 최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교가 최소한 배움의 도량이라면 이젠 움직여야 합니다. 법으로라도 규제해야 합니다. 학교는 "플라스틱 0"를 목표로하는 다양한 실천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주인인 학생들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왜 학교는 그렇게 못 하고 쓰레기 배출만 늘리는 것일까요?우리는 2050년에도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분명 우리에게 2050년 이후는 없을 것 같습니다. 봉식이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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