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담(談)

퇴근시간에

posted Nov 03, 2021 Views 19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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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근을 앞두고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심승현입니다."

전화를 받으니 유급 보조원(특수교육 실무사) 선생님이다.

"선생님, 차 좀 빼 주세요."

요즘 한참 집중해서 쓰는 글을 좀 쓰고 있어서, '퇴근시간이 지났나?' 생각하고 시계를 봤다. 4시 25분. 아직 퇴근하려면 15분이나 남았다.

 

특수학교는 학생들 점심시간도 하나하나 손이 가야하니, 근무시간으로 친다. 아침 8시 40분에 출근하여 8시간 근무하면, 오후 4시 40분이 퇴근시간이다. 근무조건으로 보면 참 좋은 직장이다. 주어진 권리인 연가를 낼때도 눈치봐야 하는 일반 사기업 사무직 노동자나 육체 노동자에 비하면 솔직히 학교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찌보면, 학교 근무는 요즘 시쳇말로 꿀빠는 직장이다. 물론 이 꿀빠는 직장에서도 애환은 있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아이들 부모님을 응대해야하는(요즘은 감정노동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사의 위치는 많이 달라졌다.) 나름의 어려움도 있다. 다른 직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하지만 일반 근무조건을 보면 꿀인 것은 확실하다.

 

"아, 선생님 출장이신가요?"

너무  일찍 전화를 했기에 혹시 이 늦은 시간에 출장인가 해서 물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러면 무슨 물건이라도 내리셔야 하는지.."

"아니요, 퇴근 준비..."

갑자기 화가 올라왔다.

'아니, 퇴근시간이 아직 15분이나 남았는데 자신이 퇴근하려고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차를 빼달라니...'

 

어짜피 글 쓰기는 틀렸고.. 나도 그냥 퇴근 준비를 해서 차로 갔다. 재빠르게 나왔더니 퇴근 시간이 아직 10분이나 더 남았다. 퇴근 10분 전 주차장에서 전화거신 실무사 선생님이 다른 실무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퇴근 시간도 아닌데.. 저는 차 빼 놓고 잠시 기다렸다가 정시에 나갈게요."

하면서 차를 빼려니, 함께 있더 여러 실무사 선생님들과 나의 언짢아하는 표정을 봤는지

"아니, 저희도 잠시 기다렸다 갈게요."

한다.

 

이 시간에 주차장에 나오기는 참 오랜만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반 이상의 차들이 빠져나가고 없다. 조퇴도 있고, 출장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실무사 선생님처럼 그냥 일찍 퇴근해버리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았다. '국가 세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래도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 시간 등 기본은 지켜야 되지 않나..

이리 이야기하면 '너는 학교장도 아니면서 뭐 그런 이야기를 하냐!', '당신은 꼰대!'라고 할려나.

기본을 지키는 것은 그런 것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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