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사-심승현 선생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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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에 교실을 옮기다 보니 사물함 구석탱이에서 알 수 없는 택배상자 하나가 나왔다. 그 전전해(2019년) 선생님이 사서 테이프도 떼지 않고 모셔 놓았던 학습 준비물이었다. 그 물건을 보면서 또다시 학교(특수학교나 일반학교 모두)의 물건 사기에 대한 여러 생각을 했다.

 

   학교의 물건을 새로 사거나 시설을 꾸민 후 3년 이상 잘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새로 산 물건이 금새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학교는 쓰레기 배출소다.

   새로 산 물건이나 새로 꾸민 시설이 금방 쓰레기가 되는 건 상상 속으로만 교육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교육활동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교육적 상상력이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발달장애 학생의 현재 상태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철저한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그저 머릿속 상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상상을 너머 망상에 가깝다.

   발달장애 학생의 직업지도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컨베이어 밸트(conveyor belt)를 설치했지만, 실제로 그 시설은 몇 번 사용도 못해보고 십여년간 쓰레기로 남아있었던 경우도 있다. 직업실 마다 그렇다.  텔레비전에 연결된 컴퓨터가 있는데, 굳이 CD플레이어를 각 반마다 구매하여 결국 쓰레기로 남는 경우도 있었다. 컴퓨터에 CD를 넣어 텔레비전으로 보면 편한데 굳이 CD플레이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전자칠판을 설치했지만 일반 화이트보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그 누구도 쓰지 않다가 해당 교실이 리모델링되면서 버려졌다. 그런데 또 전자칠판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들이 쓰지 않는 데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것 같다.

   특수학교에서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휴대폰으로 교육활동 사진을 찍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하튼. 요즘 휴대폰은 품질이 좋아서 웬만한 디키만큼 그 화질이 좋다. 그런데도 각 반에 디카가 배급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담임을 맡으면서 한 번도 디카를 쓴 적 없다. 길에 눕거나 수시로 자리를 이탈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목에 덜렁덜렁 달려있는 디카는 불편하니까. 한적한 여행이라면 모를까.(실은 여행에서도 모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찎는다.)

   특수학급에 근무하는 선생님 몇 분에게 물어봤는데, 특수학급도 마찬가지란다. A 선생님이 관심있어 수십만원짜리 물건을 사 놓으면, 그 다음에 오는 B 선생님에게는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단다.

 

   교육도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소비하고 소비한다. 학년말이나 학년초에 쓰레기장엘 가 보면 버려지는 물건이 수북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미덕이란다. 그래, 소비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교육의 도량이라는 학교에서의 소비는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덜 남기는 (가능한) 완전히 소비였으면 좋겠다.

  툭하면 코팅, 코팅, 코팅. 끊임없는 일회용품 구매, 3년도 못 쓰는 물건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한다지만 그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정말 환경을 생각하며 친환경적 삶을 실천할까. 학교에는 부지불식간에 끊임없이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단, 잘 사야 교육은 사기를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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