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담(談)

약자는 정의로운가.

posted May 26, 2020 Views 21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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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약자는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사람사이에 발생하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약자' 이고, 그 다음은 '정의'입니다.('약자'라는 개념은 이미 '사회적'이란 개념을 포함합니다.)
 
  '약자'는 무엇일까요? 다 알다시피 사람은 혼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하면서 만들어지죠. 이런 면에서 '관계'는 사람의 속성인 동시에 사람됨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다 보면 반드시 '권력'이 나타납니다.
  부부(夫婦)와 부자(父子)처럼 가까운 가족관계부터 직장의 상사와 부하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생각해 보세요. 어떤 관계이든 권력(관계)이 나타나게 됩니다. 혹자는 친한 친구나 (비교적 수평구조인) 교사나 교수 집단에서는 권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평적 관계일지라도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면 반드시 권력관계는 나타납니다. 
  내가 어떤 장(場)에서 누구와 관계하냐에 따라 때론 강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약자가 되기도 합니다. 약자란 사회적 관계라는 시소놀이에서 타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앉아있는 사람인 셈입니다. '나'보다 상대의 힘이 더 세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들어올려지거나 낮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약자입니다. 사회관계 속에서 어떤 이가 약자인지는 이들이 활동하는 장(場) 속의 한 편(偏)을 차지하고 있는 상대의 물리적 조건과 심리·사회적 조건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그러니 사회적 약자란 상당히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01.jpg

권력이 없는 관계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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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는 이와

물리적 조건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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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는 이와

심리적 사회적 조건이 다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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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는 이와

심리적 사회적 조건이 다름2

04.jpg

관계하는 이와 심리적 사회적 조건이 다름3

 

  이제 정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의란 무엇일까요? 저는 '정의!' 하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 정당 중의 하나인 '정의당이 떠오릅니다. 정의당은 정의당과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통해 '정의'라는 말을 우리사회에 널리 유통되는데 일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의 정의를 잘 찾고 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또는 "지혜와 용기와 절재의 완전한 조화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보통 정의라고 하면 '악'의 반대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이거나 권력을 이용해서 남을 누르거나 반칙을 하면 망토를 두르고 바람같이 나타나 그를 처단하는 대단한 사람이 가진 능력. 약자를 돕고 강자를 벌하고자 하는 의지. 이 정도가 현실의 정의입니다.

 그런데 '정의'를 생각할 때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의의 가변성과 상대성입니다. 앞의 '약자'가 상대적이듯 '정의'도 상대적입니다. 사람관계가 펼쳐지는 장에 따라 어떤 활동은 정의가 되기도 하고, 불의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떤 정의도 긴 인류의 삶 속에서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아닙니다. 지금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이 변화하는 미래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정의는 다만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처럼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 장(場) 속에서 규정될 뿐입니다.

불변의 정의, 규정된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닙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상정하고 그것을 신주단지처럼 떠 받힌다면 정의는 사라지고 맙니다. 정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끊없는 진행형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정의로운가' 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내심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력 확대를 위해 억지를 부리는 존재' 라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의심과 시도는 때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얄미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오래 집착하다 보면 또다른 면이 보입니다. 사람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가 곧 정의’는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 대부분이 자신의 주장을 펴기에 이 사회의 차별은 너무 '폭력적’입니다. '장애인이라서~'란 말로 시작되는 온갖 과학적이고 체계적 도움이 그렇고, 장애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소위 일반인들의 차별이 그렇습니다. 낮선 땅에서 노동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토착민들의 차별이 그렇고,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들의 차별이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쉼 없는 강제노동의 굴레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고용주)의 시각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지식인이라면 최소한 약자들의 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고, 일단 그들의 편에서 인식을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권력확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가는 길에서 늘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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