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의 시대에 먹물을 뿌려라.

posted May 21, 2020 Views 10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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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진보라는 사람중 대다수의 가장 큰 폐단은 순수·무결점의 순결주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진보 순결주의는 독재 권력을 깨고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우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순결한 진보는 반인권적 독재의 탄압에 맞서 단결할 수 있는 집단적 연대의 깃발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진보의 핵심인 '변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더 개별화·분자화 되었습니다. 언듯 보기에 사람과의 연대가 더 느슨해진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정보화시대의 발전은 개인화와 사회적 연대의 절묘한 조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다 담아내기에 집단적 순결은 하늘을 담은 우물과 같은 처지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순결의 시대를 살아왔고, 아직도 순결의 깃발을 부여잡고 있는 지금의 진보 세력은 문득문득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진보라는(또는 진보적 생각을 가진 걸로 보이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다른 물이 들거나 삐딱선을 타면 "더 깨끗한 나", "더 순결한 나"를 증명하고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들어 그를 물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진보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정반대로 대합니다. 물기보다 무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진보아닌) 너보다 (진보인) 내가 더 깨끗하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이런 현상은 2000년 이후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때도 그랬고, 조국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죠.
 
  (돈)을 좋아하는 진보도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모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진보도 있지요. 멋진 차를 좋아하는 진보도 있습니다. 친환경(최소한 환경을 덜 파괴하는) 멋진 차에 열광하는 진보도 있지요. 요트를 타고 골프를 치는 진보도 있습니다. 요트타고 골프치면 어떻습니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데.
세상사 모든 것은 변한다는 믿음. 변하는 세상이 사람에게 좀 더 이롭게 변하도록 활동하고, 소비하고, 마음 쓰면 그게 진보입니다. 순결한 깃발을 잡고 있지 않아도 말입니다.
진보적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도 위법 탈법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한가지 색으로 살 수 없잖아요. 진보든 보수든 뭐든 잘못하면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죠. 적어도 진보적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더 혹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릇 진보란 그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첫 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제 희고 깨끗하다는 진보의 환상에 먹물 한 바가지를 휙 쏟아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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