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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_In 5호] 말은 무엇인가.

posted Mar 25, 2014 Views 124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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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무엇인가

 

기억이란 것을 더듬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A”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B”로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아마도 기억하는 그 시점의 나에 대한 처지가 기억에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억도 그럴 수 있다.

 

대학을 막 들어갔을 때 설레고 신기하고 벅찬 것들이 많았다. 또래의 여자애들과 미팅을 하는 것이 그랬고, 5월 축제의 모습이 그랬고, 축제 마지막 날 이유도 모른 채 스크럼을 짜고 교문을 박차고 나가다 머리위에서 터진 사과탄 파편이 머리에 박혔을 때가 그랬다.

마음을 설레게 하고 호기심에 눈을 크게 하고, 불현 듯 오는 느낌에 가슴이 벅찬 일은 비단 그런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소위 스터디로 불렸던 독서토론 모임(철학 에세이, 전환시대의 논리, 전태일 평전, 난쏘공 등 사회과학 도서 읽기) 중에 이었다.

스터디 초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선배의 말이었는지, 나의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스터디는 그들(선현들)의 생각을 섞어 내가 말하는 것.’을 익히는 것이라는.

너무 근사했다. 어릴 적(1, 그러니까 의학이 많이 발전하지 못했던 1981), 심장병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던 가난한 집안의 소년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부님, 수녀님, 이웃 등 많은 이의 도움으로 산다.’는 것을 안 나는, 사는 것이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산다는 것을 조금 일찍 눈치채버렸다.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섞어 내가 말하는 독서토론의 출발은 이름 없는 꽃이 이름을 얻은 것처럼 산듯했다.

이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나에게 말은 그의 생각으로 말하며, 말함과 동시에 그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이 과정을 통해 를 만들어가는데, 이는 관계(그의 생각으로 말함)와 역사성(그가 되어가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이기도 하다.

발달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늘 떠나지 않는 것은 말과 의미, 말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가 어떤 관계 속에 있을까하는 궁금증이다.(영어를 쓰기는 싫지만, 여기에서 말은 speech가 아니라 language, 나아가 의사소통이다.)

내가 가르치는 발달장애 학생들 중 90% 이상은 말에 어려움이 있다. 근본적 이유(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자폐성 장애가 가로막고 있는 경우도 있고, 뇌의 손상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두 번째로 하고 현상만 보면, 한정된 소리(발화, speech 상태도 아닌 그냥 으으으..’ ‘아아아..’ 같은 sound)만 있고 그 한정된 소리를 조합해 의미를 만든데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고, 소리를 조합해 말(speech)은 하지만 의미 파악의 문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학생도 있고, (speech)은 못 하지만 분위기를 알아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도 있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그를 내 안에 끌어들이거나,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속에서 규칙이 생기고 의미가 생성된다.(소쉬르나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처럼 게임을 하려면 상대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관계, 역사성, 규칙, 의미, 놀이 이런 것들은 극복할 수 없는 조건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플라톤이 이야기했던 동굴의 비유로 그와의 관계를 이야기해 볼 수 있고, 지체부자유나 청각장애인의 경우 사회의 재구조화로 그와의 관계를 이야기해 볼 여지가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말은 관계(그의 생각으로 말함)와 역사성(그가 되어가는 과정)에 이루어지는데 발달장애의 경우 관계와 역사성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말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는 모르지만(동물과의 교감을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문제. 주인이 강아지에게 봉단아, 산책가자.”라고 말하면 강아지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는 다 다르다. 먹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 산책가고 싶을 때 다 다르다. 강아지를 기르면 알 수 있지만 강아지와 주인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사소통한다.) 발달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의 말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것이다.

 

말은 사람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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