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담(談)

봄 볕이 부럽다.

posted Apr 22, 2013 Views 139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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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발달장애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20년이 넘도록 해 온 이 질문에 혹자는 '그게 그렇게 어려워? 사랑에 어떻게가 필요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 혹자는 '당신이 장애인의 부모가 아니니까 그렇지! 사랑은 조건없는 것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풀무학교의 교장이셨던 홍순명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그 분은 특수교육을 하시는 분이 아니라 '발달장애 학생'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다.

"그냥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요?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고... 혼인도 하고, 직장도 가지고... 장애인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이란 생각을 했다.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그 당사자의 삶은 일반적인 삶과 달라지니 말이다.

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더 특별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가 고민하고(100% 실현하지도 못하고, 그냥 고민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지만..) 가능하면 교육과정에 그 고민을 녹이려 노력한다.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성과를 보여 자해를 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알지 못하던 아이가 그 의미를 알게되고, 화만 내던 아이가 내 눈을 보고 웃어주기도 하고, 날짜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이가 달력을 보며 날짜가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그래,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육하는 방법은 이 아이들이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좀 더 진화하기 위해 좋은 방법인거야.'

라는 생각에 만족감으로 구름 위를 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만족감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문득문득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덜 특별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그냥 개인이 가진 신기루같은 신념, 또는 이치에 맞지 않는 개똥철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접할 때, 그때  말이다.


오늘 한 아이가 하루종일 턱을 자신의 손으로 때리다가 하교했다. 등교하면서부터 오른손으로 왼쪽 귀 밑 턱을 계속 치더니, 점차 양 손으로 양쪽 귀 밑을 계속 친다. 나의 양 손으로 그 녀석의 손으로 눌러 제지하는 것도 잠시. 열여덟 힘센 아이의 손은 나의 힘을 능가한다. 고백컨데, 그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도, 아이를 안고 이야기를 해도 멈추지 않는다. 결국 거의 두 시간의 실랑이, 아이의 턱에 심한 멍이 들었을 때 나는 그 아이의 손가락을 꺾으며 고통을 줌으로써 그 동작을 완화시켰다.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아니,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어떻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줄 수 있는가... 이런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런 아이는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 현상과 질문만 있고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나의 존재는 그림자처럼 슬프다.


햇볕이 계절을 돌려 봄 꽃이 핀다. 또 싹들도 핀다.

꽃 피게 돕고 싹 돋게 어루만지는 봄 볕이 부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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