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6.07.11 19:12

돌아봐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247.18.81) 조회 수 4872 추천 수 43 댓글 0
주자십회(朱子十悔)를 보면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란 말이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함을 나누라는 이야기죠.

주자십회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어떤 일은 때가 있으니 그 때에 최선을 다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하라는 이야기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잘 대해 주라는 이야기나, 봄에 씨를 뿌려야 한다거나.....

모두 아는 이야기인데, 행하기는 참 쉽지가 않습니다. 일상에 묻혀 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시간이 저만치 가 있고, 중요한 때는 이미 지나간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연가를 내고 동해엘 다녀왔습니다.
아버님이 위독하시다고 해서 급히 갔는데, 거동도 못하시고, 음식도 드시지 못하고, 정신도 혼미해 말씀도 못하시고 계셨습니다. 형이 수요일부터 와서 아버지 모시고 검사도 다니고 했는데, 저를 보더니 슬픈 얼굴로 고개를 ㅈㅓㅆ더군요.
둘째 아들을 알아보겠냐고 여쭸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진폐로 병원생활 15년째.
평소 병원생활 하시면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셨기에 아버지는 병원에 늘 같은 모습으로 계실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니 가족들에게 내성이 생겼나봅니다.
아 무 음식도 드시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니 매해 명절이나 방학때면 동해에 내려 갔지만 아버지 좋아하시는 회나 보신탕 등을 푸짐하게 사 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새끼들 먹고 싶다는 피자나 통닭은 매달 한 두번씩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 주면서 말입니다.

목욕 시켜 드리면서 아버지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드렸습니다. 아버지를 안아 옮기는데 생각보다 가볍더군요. 또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 대장! 정신 놓으면 안돼. 아버지가 이기려고 해야 이길 수 있어."
촛점없는 힘겨운 눈으로 보시더군요.

'걱정마라. 이놈아. 너나 처 자식새끼들 데리고 건강에 신경쓰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직장때문에 사흘만에 다시 차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왜그리 평소 아버지께 잘못한 일이 이어서 생각나는지..... 생각 한 올 풀어져 나올 때만다 눈물이 덩달아 한 올씩 뽑아져 나왔습니다. 나이든 부모님 곁에 사는 것만으로도 효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집으로 들어서는 날 보고
"아부지~"(둘째놈은 '아부지'라고 부릅니다.)
하고 품에 안기는 둘째놈을 보니 또 눈물이 나더군요. 아들놈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막바로 욕실로 가 샤워를 했습니다.

어제 검사에서 칼륨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어제 저녁부터 처방을 받으면서 조금 좋아지셨다는 전화를 오후에 어머니께 받았습니다. 조금씩 좋아지시겠죠. 어머니께서 고생입니다. 함께 살며 정을 쌓은 부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돌아봐 후회가 없으면 좋으련만 모두 바쁘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지라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잠시라도 짬을 내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돌아보는 시간 말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후회가 조금이라도 줄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사는 가족과 이웃이 좀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자주 돌아봐야겠습니다. 어른들을 돌아보고, 자식들도 돌아보고, 제가 함께하는 우리 아이들도 돌아봐야겠습니다. 찬찬히, 욕심을 버리고.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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