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2.09.14 13:33

추억의 운동회.....

(*.179.72.206) 조회 수 4881 추천 수 63 댓글 0
저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 있던 동원국민학교(동원탄좌 광원들의 아이들이 많아 학교이름도 "동원초등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폐교되었구요.)라는 작은 시골학교를 다녔습니다.

가을 햇볕아래 곤봉돌리기며, 기계체조(여러 명이 어떤 동작을 만들곤 하던 것인데, 정확하게 기계체조라고 했는지 언쩐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연습을 했습니다.
군인들처럼 줄지어 걸어가며 교장선생님께 인사하는 연습도 하고....

운동회 당일엔 운동회를 위해 연습했던 곤봉돌리기 등도 하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선생님이 고무도장으로 손등에다가 등수를 찍어주시곤 하셨죠. 1등도 해 "상"이라고 찍혀있는 공책을 한 권 받고 입이 어져라 즐거워했던 생각이압니다.
점심시간엔 온 마을에서 몰려든 동네 어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죠.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엔 먹는 것이 많은 운동회는 "먹는다"는 그 자체로도 참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을의 푸른 하늘아래 뛰고 달리던 그 아이가 커서 이제 한 학교의 교사가 되었습니다.

기억은 지난 것들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엄청난 매력을 한 부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큼 힘든 기억이 아니라면, 힘들고 어려웠던 일일지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즐거웠던 기억들과 버무러져 그 또한 즐거운 것들로 남곤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게되지요.

다음 주부터 우리 학교아이들도 운동회 준비를 시작합니다. 10월 11일에 예정된 운동회를 위해 9월 16일부터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땀을 흘리게 되지요.
더운 가을 하늘아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어할게고,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하루 두 시간 수업은 날라갈게고.....

우리학교 운동회 준비일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저는 운동회를 없애자고 했습니다.
일제시대 황국신민임을 다짐하고 다짐했던 아침조회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처럼,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군대조직처럼 개인을 희생하며 살아온 우리내 정서는 아이들에게 줄 서고, 집단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말의 내용을 떠나 무조건 말 잘듣는 사람을 기르려고 애쓰지는 않는지.....

그러면서 축제를 열자고 했습니다.
바자회도 하고, 먹는 것도 만들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예전에 하던 오징어, 동서남북 뭐 그런 전래놀이도 있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놀이도 있고, 특별히 연습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도 하고....

추억의 운동회라....

어른의 추억에 아이들을 꿰어 맞추는, 어른들이 힘들어 좀더 즐거운 놀이문화를 만들기보다 예전의 그것만 고집하는, 집단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뿌듯해 보이는, 그래서 뭔가를 보여줘야하는 그런 행사(운동회)가 추억의 운동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웬만하면 이런 추억의 운동회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작은 축제를 열면 어떨까요?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축제, 함께 즐기는 축제, 아이들의 수업을 훼손하지 않는 축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축제, 평소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익힌 것을 함께 즐기는 축제....

일제시대 학교를 나와,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시는 분이나 그 분들에게 교육을 받으신 학교의 행정가들이 조금만 더 생각을 바꾼다면....

너무 편협된 생각일까요?

**오마이 뉴스의 "추억의 운동회"라는 기사를 보고 쓴 답글을 올려봅니다.**
* 영구만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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