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사는담(談)
2009.02.20 21:57

고3 담임, 이제 못하겠네요.

(*.177.219.103) 조회 수 8509 추천 수 0 댓글 2
업무분장이 결정되고 학급을 옮기느라 늦게 들어와 식사하고, 막걸리 한 잔 하고,  잠시 아이들이 생각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우리학교 졸업이 있었습니다.
졸업식장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시상도 잘 하고 듬직하게 앉아 있어 별 감흥 없이 지냈는데, 교실에 들어와서는 감정이 조금씩 변화더라구요. 졸업장, 통지표, 상장, 그리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양말 한 켤레)을 하나씩 나눠지면서 점점 더 강도가 세 지더니 어느순간인가 눈 앞이 흐려지더라구요.

예전엔 우리 아이들이 졸업할 때 그냥 가슴만 찡하더니 이번에는 눈물이 나오려 해 조금 난감했습니다.
"이제 졸업했고.... 보기 싫으니 빨리 가 주라."
아이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까봐 한마디 한다는 것이 조금 썰렁합니다.

고등부 3학년 담임을 맡지 않을 때도, 제가 예전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에게는 꼭 졸업선물을 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말입니다. 올해 옆반에도 제가 고 1때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 몇 명 있어서 선물도 주고 인사도 할 겸 우리반 아이들을 모두 내쫓고(^^) 옆반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미안하더군요. 작지만 선물이라도 몇몇 아이들에게만 줘서 말입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이유 모르고 편애하는 것처럼 보여서 서운해 하실 것도 같고.

어쨌거나 아이들이 졸업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생활한지 17년동안 고3 담임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약 6년 전 처음 고3 담임을 할 때도 마음이 짠 하던데, 오늘은  더하더군요.
'이놈들.... 졸업해서 모두 존경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텐데.....'
취업도 어렵고, 취업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고....
아이들이 다녀야 할 시설이나 각종 센타들도 아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읽으려 하겠지.......
진정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온 삶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 이제 고 3 담임은 못하겠네요. 맘대로만 된다면 사양하고 싶어요.....'

특수학교 고3의 졸업은 많은 이들에게 축하를 말하기엔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업을 마친다'는 것은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다시 한 번 고 3을 졸업하는 우리 아이들과 이 땅의 모든 정신지체, 정서장애 학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당신이 있어 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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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현 2009.02.20 23:40 (*.195.239.79)
    선생님, 저는 오늘 아무 생각 없이 철없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의 장래는 차치하고 지난 3년 동안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보여준 수고와 노력을 격려해주고 축하해주고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 그런 시간을 가질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의 졸업도 아이의 수고와 노력을 격려해주는 행복한 시간들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의 졸업을 기쁘고 장하게 생각합니다. 먼 발치에서 혼자 뵙기만 했지만 늘 아이들에게 사랑과 추억을 주시는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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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만세 2009.02.21 22:51 (*.177.219.103)
    잘 지내셨어요? 건강하시죠?
    곧 새학년 학기네요. 경찬이는 고등학생이 되지요? 고등학교의 3년이 참 중요한 시기입니다. 많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심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학기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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