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시(詩)
2010.11.19 11:56

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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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속에 피는 꽃 4



귤꽃


아이가, 아니 아가씨가 누워있다. 2층 중환자실 그곳에 두툼한 혀를 내밀고 죽은 듯이 누워있다. 29살. 정신지체 1급. 학교다닐 때 똥도 싸고 침장난도 심했다. 천상 여자아이처럼 예민하고 섬세했던 아이. 학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살아갈 수 없던 아이. 좋아하는 선배 선생님에게 '얼마나 더 낮아져야 너를 알 수 있겠니...'라는 고민을 남겨줬다던 바로 그 아이, 아가씨.....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들어 온 지 벌써 10일 째. 함께 학교 다니던 다른 아이의 어머님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예전 담임 선생님과 인연이 소중했던 선생님 네 분을 부모님은 눈물로 맞이한다. 가족과 선생님들이 따듯한 시신과 같이 누워있는 아가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을 잡는다. 어디가 아팠던거니. 발을 어루만진다. 얼마나 아팠던 거니. 얼굴을 스다듬는다. 그동안 빛은 있었니, 내가 우리가 네게 빛이 되었던거니.....


후두티에 모자를 눌러 쓴 스물대여섯 청년이 들어온다. 아가씨의 동생. 장애인복지관 등 시설을 이용할 때 늘 함께 누나를 태워주고 마중 나갔던 동생. 누나 옆에서 누나의 손과 발이 되었다던 청년. 이십여년 누나를 보며 가슴 속 작은 응어리가 있음직한 청년. 물수건을 꺼내더니 누나의 발을 닦는다. 고통을 닦는다. 손을 닦는다. 주위의 시선을 닦는다. 얼굴을 닦는다. 드리웠던 어둠을 닦는다. 씩씩하게.


아름다운 아가씨와 그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 속에 꽃이 핀다.



1.jpg 


귤꽃 : 친애, 깨끗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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