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로 “잘”도와 주는 것일까요?


지난 주에 아이들을 잘 도와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한 번씩 생각해 보셨는지요?


조금 오래되었지만 92년인가, 93년인가의 일입니다. 하주완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힘이 세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하죠. 소위 다루기가(교육하거나 보호하기가) 쉽지 않은 친구였습니다.
주완이는 어머니가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시켰는데, 한 번은 행정실과 식당 사이를 지나가는데, 하교하던 주완이가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어머니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좌우로 흔드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마치 볏단처럼 흔들리다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서 담임선생님하고 제가 말렸지만 워낙 힘이 세다보니 어렵더군요.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졸업 후 다음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녀석,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끔 생각이 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도 참 가슴이 아픈 일이죠.


아이들을 잘 도와줘야 하는데 무엇을 도와줘야 하나요?
예전에 시골(전남 함평)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니 같은 아이들인데 느낌이 참 다르더군요. 글이나 수를 읽고 쓰며, 말도 잘 하는 등 인지적으로는 서울아이들이 더 뛰어난 반면, 신변자립, 집안 일(농사일), 청소 등 실생활과 관련된 일들을 할 때는 시골아이들이 훨씬 더 잘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 아이들은 신발을 잘 못 신어서 똑바로 신으라고 하면 발을 내미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시골 아이들은 고개를 숙여서 자기가 하려고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 부모님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씻겨주고, 먹여주고, 닦아주는 등 아이가 직접 해야만 하는 것들까지도 대신 해 주는 것을 봅니다. 대신 해 주는 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말 도와주는 것이지요.
아이의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할까요? 아이의 “삶”입니다. 아이는 아이의 삶이 있고, 부모는 부모의 삶이 있습니다. 선생님, 부모, 형제 등 아이들 둘러싼 많은 분들이, “사람”은 똑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내심 우리 아이들은 “장애”가 있으니 다른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애” 때문에 이것도 해 주고, 저것도 해 주며 대신 삶을 살게 합니다. 하지만 장애 아이도 “사람”이며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일 속에서 자존감을 가지며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누구에게 종속된 이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 말입니다.
아이들의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먼저 아이의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합니다. 길을 찾아 가는 것, 입고 벗는 것, 먹고 화장실에서 일처리를 하는 것, 자신의 몸을 씻고 치장하는 것, 자신의 물건을 찾은 것 등 아이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 주는 것은 그만큼 아이가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의 장애에 따라 보호자(선생님이나 부모)의 개입이 있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능하면 체험학습이나 이동을 할 때 손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 신발장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 교실을 찾아가게 두고 뒤에서만 보는 것, 웬만한 아이들과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 등은 모두 아이들 스스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들을 익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함으로써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하도록 도울 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저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누군가(또는 무엇)을 도와줄 때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상대가 느끼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것, 두 번째는 함께 이루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 세 번째는 도와주는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도록 자기주도로 도와주는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또는 그 무엇)에게 어떻게 도와주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 받는 이가 이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도움의 방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가 느끼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경우엔 도움 받는 이는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고 생각하기에 자존감이 올라가고, 또 다른 도전이 왔을 때 그 도전에 응하여 성취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때, 너무 많은 칭찬도, 너무 많은 나무람도 좋지 못합니다.
함께 이루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도전에 응해 성공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면 도움 받는 이는 첫 번째의 경우처럼 스스로 자존감이 올라가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동력이 생깁니다. 적절한 칭찬과 나무람이 필요합니다.
돕는 이 주도로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도움이란 것은 항상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돕는 이 주도의 도움은 도움 받는 이의 의존성이 강화되지 않을까 늘 경계해야 합니다.
장애 아이들도 위의 일반적인 도움의 경우를 생각하며 도와주어야 합니다. 설혹 장애 아이 주변의 어른들(선생님이나 부모) 주도의 도움일지라도 의존성이 강화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가 느끼기에 함께 성취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부모님들도 한 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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