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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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지 말기

 

   1993년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교남학교”라는 사립학교에서 약 5년간 근무했습니다. 스물 다섯 어릴 적 이야기죠. 대학 졸업하고 얼마되지 않아 여러 모로 서툴렀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던 20대 고만고만한 선생님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던 시절입니다.

   당시 사립학교는 오만가지 일에 선생님들을 동원했습니다. 때론 재단의 농장에서 밭일을 하기도 하고, 재단 시설의 김장에 동원되기도 했지요. 요즘으로 치면 상상할 수 없는 갑질이지만 당시의 눈으로는 비일비재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갑질에 피곤하고 힘들기도 했겠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교육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선생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좀 더 좋은 교육활동에 대한 열정이 넘쳤으니까요.

   때로는 교실에 모여 하나의 주제로 열띤 토론도 하고, 때론 자취집마다 몰려다니며 밤 늦게까지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젊은이들이 모이면 그 곳은 시끄러운 시장이 되기도 했고, 웃음꽃이 피는 콘서트 장이 되기도 했으며, 때론 울분을 토로하는 광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른 살을 넘기면서 저는 이곳 경진학교로 옮겨왔습니다. 당시 함께 20대를 보냈던 일부 선생님은 타 학교로 옮기고, 또 일부는 그대로 교남학교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어깨에 세월의 봇짐을 하나씩 쌓으며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반가운 그때의 사람들을 경진학교로 온 지 23년이 다 된 어제야 만났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하늘의 아름다운 별로 돌아간 뒤에야 말입니다. 친누나처럼 따르던 선생님인데... 너무 따듯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그 흔한 밥 한 끼 제대로 못했습니다. 매번 “밥 한 번 먹자~” 해 놓고도, 돌아서면 모두 자기 일에 바빠서 잊기를 일쑤....

   장례식장 영정 사진 속에서 20대의 삶과 고민을 함께 했던 얼굴을 만나니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만큼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고 있을까?

   문상을 다녀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들도 떠오르더군요.

보고픈 사람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만나고, 밥 먹을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밥 먹자.

몸 아프면 미루지 말고 병원에라도 다녀오고, 마음 아프면 미루지 말고 친구를 만나 토로하며 위로받고 위로하자.

   더위가 몰려오는 7월에 들어섰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미뤄두지 않는 소중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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