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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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람 관계에서 ‘물들다.’는 말에 관심이 있습니다.
   ‘나’의 눈에 살며시 고개를 들이밀던 ‘그’가 어느 순간 마음속 한 귀퉁이를 차지해버리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요?
   내 마음속에 ‘그’가 들어오려면, 가장 먼저 만남이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그 모든 이가 ‘나’의 기억과 마음속에 자리 잡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처음 만난 그가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려면 ‘그’의 삶이 나에게 물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란 게 물들기 쉽나요? 네.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나’의 상태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가 이슬비처럼 소리 없이 내려도 물들기 쉽고, 그렇지 않다면 ‘그’가 아무리 장맛비처럼 퍼부어도 물들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 우리가 무엇을 물들일 때 중요한 것은 물드는 대상의 재질이지요. 비닐에 쪽빛 물을 들인다고 비닐이 쪽빛으로 변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쪽물을 비닐에 물들일 수는 없습니다. 쪽물을 들이기엔 광목천이 좋지요. 어쨌건, 물드는 것과 물들일 대상이 서로 스며들 수 있는 최소한의 결이 있어야 물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결이 없다면 결코 물들 수 없지요. 비닐과 쪽처럼 말이죠.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관계는 ‘그’가 가진 속성과 조건 등이 나에게 침투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물드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내 마음속에 ‘그’를 위한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내 마음속에 ‘그’가 미끌어져 들어올 결이 있는지 주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물듦이 시작됩니다.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물들며 관계를 만드는 건 결국 ‘나’의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허위에 찬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는 나와 결을 같이하는 ‘그’를 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금 뻔뻔해 보이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삶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물듦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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