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박용연2012.04.21 09:15
자습 안 하면 1점, 수업시간에 떠들면 2점, 옷매무새가 단정하지 않아도 2점, 선생님 지시를 어기면 3점, 컴퓨터 게임을 하다 적발되면 5점…. 학생 법정을 운영하고 있는 민족사관고교의 벌점 항목이다. 벌점이 쌓여 한 학기에 15점이 넘으면 추천서와 장학생 대상에서 제외된다. 40점을 넘기면 교내봉사, 60점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80점이면 권고 퇴학이다. 그래서 학교생활에 ‘벌점 관리’가 필수항목이란다. 다행히 벌점을 상쇄할 수 있는 ‘상점(賞點)’이 있지만, 이는 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체벌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실 전시품에 ‘교편(敎鞭)’이 있다. 옛날 서당에서 학동을 다스리던 훈장의 회초리다. 교사가 되는 것을 ‘교편을 잡는다’고 하는 연유다. 한자 풀이로 보면 원래 채찍이었던 것이 가르치고 가리키기에 용이하게 나뭇가지로 바뀐 듯하다. 회초리의 재질은 교육용과 징벌용이 다르다. 교육용 회초리는 뽕나무로 만든다. 뽕나무는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 아물기 때문이다. 잘못한 자녀에게 다른 나무도 아니고 “뽕나무 가지를 꺾어 오라”고 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징벌용은 물푸레나무다. 단단하면서 탄력이 좋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태형(笞刑)을 집행할 때 쓰는 회초리가 바로 물푸레나무 재질이다. 한번 맞으면 평생 흉터가 남는다고 한다.

 학교 체벌이 금지되고 벌점이 도입되면서 곳곳에서 볼멘소리다. “교편을 던지라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교사, “차라리 한 대 맞는 게 낫겠다”는 학생들로 아우성이다. 반면 “체벌은 폭력이고, 학교에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것을 가르치는 격 아니었나” 하며 반기는 목소리도 크다.

 문제는 감정이다. 회초리에 사사로운 감정이 담기면 ‘사적 제재’다. 공공의 감정이 담기면 태형이다. 회초리가 법적 징벌 수단으로 남아 있는 나라는 극소수다. 동남아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나이지리아·짐바브웨 정도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회초리 형벌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랑의 매’는 과연 가능할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보다 더 아프면 사랑의 매다. 아니라면 폭력일 뿐이다. 태형은 볼기에 상처를 남기지만, 체벌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탤런트 김혜자씨의 아프리카 기행 수필집 제목을 빌어 표현하자면, 더 아플 자신이 없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출처: 중앙일보 (박종권 논설위원)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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