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문득 ‘어쩌다 내가 여기에 서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합니다.
‘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의 배우자가 달랐다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시작하면 생각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 고려 시대 너머 더 멀리멀리 선사 시대까지 올라갑니다. 더구나 공룡 멸종의 유력한 학설인 운석 충돌설에서, 만약 운석이 1초라도 늦게 또는 빠르게 떨어졌다면, 게다가 세대마다 펼쳐진 수억 단위의 정자 경쟁을 생각하면 나란 존재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은 거의 무한대의 확률에 가까울 겁니다. 생각이 예까지 미치면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은 기적입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있는 그 자체’로 기적이지요.
사람의 인연은 무한대의 확률과 기적, 엄청난 우연이 쌓일 때 비로소 맺어집니다. 우연이 반복되고, 무한히 쌓이면 필연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아는 것’ 즉, 사람의 관계는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을 통해 찰라의 인연으로 스치는 모든 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