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방송을 통해 본 심샘

공중부양의 인문학 사러 가기

딜레마(2)-행동주의

 

  학생의 현재 행복을 위해서는, 자해(또는 타해)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재빨리 해소해 주면 됩니다. 빨리 먹고 싶은 것을 주거나, 하자는 대로 해 주면 되죠. 그러나 이는 가족의 행복과는 배치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학생의 행복을 보장해 주었음에도(해달라는 대로 모두 해 주었음에도) 학생의 자해(또는 타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가족들도 이 학생을 무서워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어린이가 성인이 되면서 점점 힘이 세어지니 말입니다. 이 상황이 도래하면 어떤 활동 보조원도 구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시설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지요. 그러면 가족의 삶의 질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게 됩니다. 학생의 현재 행복과 미래 가족의 행복이 충돌합니다.

  따라서, 학생의 자해(또는 타해)를 최소화하는 게 발달장애 학생 부모님이나 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자극(S ; Stimulus)과 반응(R ; Response)으로 이루어진 단순 반응의 동물과 달리 사람은 다중자극, 다중 반응(MSMR;Multiple stimulus, multiple response)의 존재입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교육심리학자인 비고츠키는 인간이 이중자극 (Double Stimulation)을 가졌다고 했지만, 인간의 감각과 반응을 이중자극으로 표현하기엔 뭔가 모자라 보입니다. 제 생각에 인간 인식의 과정은 다중자극, 다중 반응(MSMR)으로 표현하는 게 더 알맞습니다. 여하튼, 쉽게 이야기하면 인간은 다양한 인식 과정에서 딴생각을 하는 존재입니다.

  단순한 자극과 반응(SR)으로 이루어진 동물의 인식 과정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입니다. 아무리 사나운 반려견들의 문제행동이라도 훈련사가 투입되어 행동수정을 하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행동이 사라집니다. 이는 동물의 사고 과정이 단순한 SR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위세를 떨치고 있는 행동주의는 바로 이 자극-반응(SR)의 다양한 변주입니다. 자극반응의 행동주의로 요즘 가장 뜨거운 것이 ABA 소위 응용행동 분석입니다.

  행동주의의 시작은 왓슨이라는 학자지만 우리는 파블로프를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실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파블로프는 반려견 실험을 통해 조건반사의 개념을 세웁지요. 이후 스키너 등의 학자가 쥐 실험 등을 통해 행동주의를 완성합니다.

  행동주의를 탄생시키고 키운 것은 행동인데, 그 행동은 인간의 행동이 아닙니다. 동물의 행동이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 인식의 과정은 이간 이외의 다른 동물처럼 단순한 S-R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다중자극, 다중반응(MSMR)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인식 과정을 동물의 인식 과정에 끼워 맞춘 후 인간 행동을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 행동주의의 핵심입니다. 이를테면 원기둥 조각을 사각형 퍼즐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꼴입니다.

 

  특수교육을 하거나 발달장애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 중 많은 분이 행동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미국에서 수입되어 고급스러운 또는 친절한(그러나 비싼) 행동주의인 응용 행동 분석(ABA)을 통해 자녀의 자해(또는 타해)를 해결하고, 인지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어떤 외형을 뒤집어쓰든 행동주의는 행동주의입니다. 행동주의는 동물의 사고체계를 인간에게 전이하여 인간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망각이며, 자본의 논리로 심리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착취하는 현란한 마술입니다. 제가 마술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마술은 기존 과학적 원리를 활용하거나 눈속임 등의 예술이지 실제 사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돈을 마구 찍어내는 마술을 할 수는 있어도 실제 돈을 마구 찍어내지는 못하죠. 만약 돈을 마구 찍어내는 마술이 실제라면 마술사는 없을 겁니다. 그것이 실제라면 뭐하러 어렵게 마술을 직업으로 하겠어요?(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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